|
노인 우울증은 왜 발견이 늦을까? |
|
노인 우울증은 왜 발견이 늦을까 – 나이가 들어서 그런 게 아니라 치료가 필요한 병입니다. – 진료실에서 보호자분들이 자주 하는 말이 있습니다. “연세가 있으셔서 원래 저러신 줄 알았어요.” “나이가 들면 다 기운이 없는 줄 알았어요.” “그냥 늙어서 입맛이 없는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진료를 해보면, 많은 경우 그것은 단순히 나이가 들어서 생긴 변화가 아니라 치료가 필요한 우울증인 경우가 많습니다. 노인 우울증은 생각보다 흔한 질환이지만, 다른 연령대에 비해 발견이 늦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 이유 중 하나는 노인 우울증이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우울증 모습과 다르게 나타나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보통 우울증이라고 하면 슬퍼하고, 눈물을 보이고, 죽고 싶다는 말을 하는 모습을 떠올립니다. 하지만 노인 우울증에서는 이런 모습보다 오히려 다음과 같은 증상이 더 많이 나타납니다. 입맛이 없다, 소화가 안 된다, 온몸이 아프다, 어지럽다, 잠이 안 온다, 기운이 없다, 아무것도 하기 싫다, 자꾸 누워 있으려고 한다, 기억력이 떨어진 것 같다는 증상들입니다. 그래서 보호자들은 우울증이라고 생각하기보다 몸이 안 좋아진 것, 치매가 시작된 것, 나이가 들어서 그런 것이라고 생각하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 하나의 이유는 노년기에 겪게 되는 여러 가지 삶의 변화 때문입니다. 은퇴 후 사회적 역할이 줄어들고, 자녀들이 독립하고, 친구들이 병들거나 세상을 떠나고, 배우자가 먼저 세상을 떠나기도 합니다. 여기에 몸이 아픈 곳이 늘어나고 경제적인 걱정까지 더해지면 누구에게나 큰 스트레스가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어르신 세대는 힘들다는 표현을 잘 하지 않고, 참고 견디는 것이 익숙한 세대입니다. 그러다 보니 우울증이 생겨도 치료를 받지 못하고 오랜 시간 지나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다음과 같은 변화가 몇 주 이상 지속된다면 우울증을 한 번 의심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입맛이 없고 체중이 줄었다, 잠이 잘 오지 않는다, 매사에 의욕이 없다, 예전에 좋아하던 일을 하지 않는다, 사람 만나는 것을 피한다, 자꾸 누워 있으려고 한다, 기억력이 갑자기 나빠진 것 같다, “오래 살 필요 없다”는 말을 자주 한다는 변화들입니다. 노인 우울증은 치매처럼 보이는 경우도 많습니다. 우울증 때문에 집중력이 떨어지고 기억력이 떨어져 치매로 오해되는 경우도 있지만, 이런 경우 우울증을 치료하면 기억력도 함께 좋아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기억력이 떨어졌다고 해서 모두 치매는 아니며, 우울증 검사를 함께 해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아직도 많은 분들이 우울증을 마음이 약해서 생기는 병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우울증은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 뇌 기능의 변화로 생기는 질환이며, 치료를 하면 좋아질 수 있는 병입니다. 약물 치료와 상담 치료를 통해 식사, 수면, 의욕이 회복되면 삶의 질도 크게 좋아질 수 있습니다. 나이가 들수록 몸의 건강을 챙기는 것처럼 마음의 건강도 함께 돌보아야 합니다. 우울증은 나이가 들어서 생기는 자연스러운 변화가 아니라 치료가 필요한 질환이며, 치료를 하면 좋아질 수 있습니다. 주변에 예전보다 말수가 줄고, 식사를 잘 하지 않고, 늘 기운이 없고, 자꾸 누워 있으려고 하는 어르신이 계신다면 “나이가 들어서 그렇다”고 생각하기보다 한 번쯤 우울증 검사를 받아보시기를 권해드립니다. 우울증은 늦게 발견될수록 더 오래 고생하게 됩니다. 하지만 조금만 일찍 발견하면 훨씬 좋아질 수 있습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