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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병동 칭찬합니다.

등록일2023-06-08

작성자노○혜

조회수187

81병동 선생님들께

안녕하세요. 저는 대학병원에 근무하는 의사입니다. 십 여년 전 동국대학교에 입학하면서 의학도를 길을 걷게 되었는데, 지난주에 다시 동국대병원으로 환자의 모습을 한 채 돌아오게 되었습니다. 의사로서, 연구자로서, 그리고 엄마로서 홀로 많은 짐들을 이고 지고 살다가, 저는 어느 날 그만 주저앉아 버리고 말았습니다. 세균성 폐렴이 와서 한밤 중에 응급실을 통해 입원을 했어요. 응급실 침대에 누워 거친 호흡을 내쉬는 가운데서도, 황급히 핸드폰으로 다음날 해결해야 할 업무들을 지시할 정도로 참 미련했습니다.

81병동에 입원하여 치료를 받으며 참 많은 반성을 하였어요. 아무런 기력이 없어 연휴 내내 꼼짝없이 하얀 천장만 바라보며 누워서, 왜 남들 하는 만큼만 일하는데 나만 이렇게 아파야 하는 것인지 끝없이 생각했습니다. 억울하고 참담한 마음으로 누워있던 중, 81병동 선생님들의 세심한 케어 속에서 저는 조금씩 잘못을 깨달아 갔습니다. 열이 계속 떨어지지 않아 안쓰러운 표정으로 저를 계속 체크하러 오시던 간호사 선생님도, 식사를 마치기가 무섭게 식판 뚜껑 닫는 소리를 듣고 제 식판 가지러 오시던 조무사 선생님도, 하루에도 몇 차례 휴지통을 비워주시는 청소여사님도 모두 한마음 한 뜻으로 저를 보살펴 주셨어요.
드러나지 않게 뒤에서 보살피며 도와주는 일을 가리켜‘뒷바라지’라고 합니다. 불교에서 온 말로, 사찰에서 재를 올릴 때 법사 스님을 도와 목탁을 치며, 경전을 읊고, 향과 꽃과 차를 올리는 스님은 바라지승이라고 하지요. 세상 모든 존재들은 연결되어 있고, 나 홀로 존재할 수 없다는 진실을 저는 81병동 선생님들로부터 뒷바라지를 받으면서 가슴 깊이 깨달았습니다. 모든 걸 나 혼자 처리하려는 자세는 열정과 실력이 아니라 아집과 독선에서 비롯된다는 것도요.

목소리가 전혀 나오지 않아 마치 묵언수행자처럼 입을 다문 채, 제 방에 끝없이 드나드는 선생님들의 얼굴과 몸짓만 한참 쳐다보았던 기억이 납니다.
말을 하지 않아도 혹은 말을 하지 않아서 보이는 것들이 있었습니다. 활기찬 목소리로 아침을 깨워주시던 선생님의 경쾌함도, 환자분이라는 호칭 대신 제 이름을 불러시주던 선생님의 친근함도, “오늘은 드디어 밥을 조금은 드셔주셨네요. 감사합니다.”라며 제 식판을 가져가시던 선생님의 다정함도, 샤워할 때 혹시라도 물이 들어갈까봐 수액줄에 방수 반창고를 둘러주시던 선생님의 세심함도, 한번 환자가 되어보니 수액줄이 얼마나 불편할지 알겠다며 줄을 이리저리 정리해주시던 선생님의 사려깊음도 모두 제 마음에 훤히 들어왔습니다.

저는 내일 퇴원을 하고 다시 원래의 제 자리로 돌아갑니다. 여전히 여러 역할을 동시에 하며 살아가겠지만, 이제는 좀 다르게 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저 혼자 잘 하겠다는 욕심을 버리고… 어려울 때는 상대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또 가끔은 제가 돕기도 하면서 ‘함께’ 살아가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우리는 모두 연결되어 있는 존재니까요.

병든 몸을 고치기 위해 들어갔다가, 마음까지 치유할 수 있게 바라지해주신 81병동 모든 선생님들께 깊은 감사를 전합니다. 모두 건강하고 행복하셨으면 합니다.